확진-사망자 급증에 관혼상제 혼란 어제 사망 327명, 최근 1주 2033명… 장례식장-화장장 꽉차 예약 못해 “2주뒤 하루 사망 600~800명 될수도” 친지-지인 감염 속출 식장엔 빈자리… 신랑-신부 확진에 결혼식 미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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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만난 정모 씨(44·서울 동작구)는 장인어른을 사망 7일째인 이날에야 보내드렸다고 했다. 장인은 14일 돌아가셨지만 서울시내에 빈소를 차릴 장례식장을 찾지 못했다. 16일에야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에 겨우 빈소를 마련했다. 18일 발인을 하려 했지만 화장시설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정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장인어른을 화장 때까지 이틀이나 더 장례식장 시신 안치실에 모셔뒀다”며 울먹였다.
“3일 뒤나 빈소 자리 납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결혼 장례 등 관혼상제를 치르는 데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유족들이 빈소를 차릴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장례식을 5∼7일씩 치르는가 하면 신랑이 코로나19에 확진돼 결혼식장에 화상으로 등장하는 ‘비대면 결혼식’까지 나타났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사망자는 327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최근 1주(14∼20일) 동안 사망자는 2033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례식장은 계속 포화상태다. 동아일보가 20일 확인한 서울시내 장례식장 10곳 가운데 당장 빈소를 차릴 수 있는 장례식장은 1곳도 없었다. 장례식장 4곳은 “내일(21일) 오후 자리가 난다”고 안내했지만 나머지 6곳은 “사흘 후(23일)에나 가능하다”거나 “정확히 언제 자리가 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빈 시설 찾아 ‘원정 화장’
화장시설 예약도 어렵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승화원(경기 고양시 덕양구)과 서울추모공원은 20일 오후 현재 24일까지 예약이 차 있었다. 시가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렸지만 역부족이다.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떠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 평온의숲 나래원 관계자는 “하루 화장하는 시신 40구 중 15구가량은 용인시 외 거주자”라고 밝혔다.광고 로드중
일부 지방 화장장은 ‘여력이 없다’며 관외 거주 사망자를 거절하고 있다. 전북의 한 추모공원 관계자는 “관외 거주 사망자는 관내 사망자 우선 예약 후 빈자리에 배정되는데 지금은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대부분 지난해 12월 3차 접종을 했는데, 예방 효과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2주 후 하루 사망자가 600∼8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대면 참석 신랑 ‘눈물’
최근 1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이 넘으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예비신부 확진자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신랑이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식장 내 스크린을 통해 신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상 결혼식’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 결혼식에 참석한 A 씨는 동아일보에 “‘웃픈’ 결혼식이었다. 화상으로 참석한 신랑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코로나19로 예식 자체를 치르기도 쉽지 않다. 19일 사촌동생 결혼식에 참석한 B 씨는 “신랑 신부 측 모두 친척 지인 중 확진자가 쏟아져 빈 자리가 많았다. 저 역시 같이 간 둘째 아들이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말을 결혼식장 거의 다 와서 듣고 인사도 대충 하고 돌아와 가족 모두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을 연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달 말 결혼 예정이던 예비 신부 박모 씨(31)는 부모님 확진으로 고민 끝에 결혼식을 10월로 미뤘다. 박 씨는 “신랑 가족 측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