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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윤완준]尹, 習-푸틴 마주할 때 꼭 기억하라

입력 | 2022-03-14 03:00:00

러軍 공격 민간인 사망 비극, 中도 외면
국익과 함께 침공책임 묻는 국격 지켜야



윤완준 국제부장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의 한 건물 앞에 순식간에 화염이 떨어지며 폭발한다. 굉음과 함께 사방이 격렬히 흔들린다. CNN이 공개한 영상 속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급하게 길 건너편으로 뛰쳐나간다.

포연이 걷힌 그곳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군인들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위생병! 위생병!”

일가족인 여성과 아들(18) 딸(9)을 포함해 4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들은 단지 이르핀 다리를 건너 탈출하려 했을 뿐이다. 급하게 챙긴 짐을 담았을 회색, 파란색 여행가방이 시신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러 갔다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발이 묶인 세르히 페레비니스(43)는 전날 아내와 통화하며 “곁에서 보호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 테탸나는 “걱정 말라”며 어떻게든 탈출하겠다고 안심시켰다.

6일 페레비니스는 트위터에서 일가족이 탈출하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망했다는 글과 사진을 봤다. 시신들 사진 속 여행가방은 그가 너무 잘 아는 그 가방이었다. 페레비니스는 뉴욕타임스에 “전 세계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절규했다.

전날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18개월 남자아이 키릴이 숨졌다. 엄마 마리나 야츠코 씨는 핏자국이 선명한 파란 담요에 덮인 키릴의 시신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항공사 직원들과 식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있지 않다는 걸 안다”는 참석자 발언을 보도했다. 러시아는 하루 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거나 민간인 사망을 보도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CNN은 “(이런) 러시아의 거짓말을 퍼뜨리는 걸 중국이 돕고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침공 표현 대신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푸틴 대통령을 서방에 의해 포위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희생자로 묘사한다. 190여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이 찬성한 유엔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한 게 중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가에 포함시키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러) 양자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축전을 보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킬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윤 당선인에게 보냈다.

윤 당선인은 취임 뒤 시 주석과 통화하거나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어떤 형식으로든 마주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침공이라 부르며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국익을 위해 한중, 한-러 관계에서 발전을 얘기해야 할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때 윤 당선인은 이르핀과 마리우폴, 나아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찍힌 비극의 현장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짚고 국격을 지키는 발언이 국익을 위한 미소와 함께 나오길 바란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7년 중국을 방문해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기를 바란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