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금융제재에 은행 통한 거래 막혀 고액 수수료 감수하며 ‘업자’ 구해 일부는 코인-해외송금 앱 이용
러시아 유학생 김모 씨는 지난주 KB국민은행 계좌에서 현지 스베르은행 계좌로 116만 원을 송금했지만 실패했다.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로 이달 2일부터 국내 은행들과 스베르은행과의 거래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4일까지 학비를 내야 했던 김 씨는 현지 ‘환치기 업자’를 수소문한 뒤 업자의 한국 계좌로 원화를 보내고 현지에서 루블화를 전달받았다. 김 씨는 116만 원을 송금하기 위해 20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러시아 송금 길이 막히면서 유학생과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불법 환치기를 이용한 ‘대리 송금’이 크게 늘고 있다. 수수료가 높고 사기도 많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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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가 없는 개인 간 금융 거래인 만큼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러시아 교환학생 A 씨는 최근 오픈 채팅방에서 알게 된 한 교민의 한국 계좌로 50만 원을 보냈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A 씨는 “루블화 가치가 어디까지 폭락할지 몰라 현금을 갖고 있기 어려운데 송금까지 막혔다”며 “금융 거래가 막히니 귀국을 준비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인이나 해외 송금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우회 송금’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대 러시아 유학생 민모 씨는 한국에서 생활비를 가상자산으로 받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한 뒤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옮기는 식이다. 민 씨는 “바이낸스는 달러를 루블화로 바꿔 러시아 현지 카드로 송금해주는 기능이 있어 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회 통로들도 언제 막힐지 몰라 유학생이나 교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해외 송금 앱인 이나인페이(e9pay)로 러시아 현지 친지에게 돈을 보내는 백모 씨(28)는 “어떤 앱이 송금이 가능한지 정보 공유가 안 된다”며 “지금 쓰는 앱도 언제 거래가 차단될지 모른다”고 했다. 민 씨도 “코인 거래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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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