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놓치지 마/이종수 지음/352쪽·2만 원·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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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화 전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추성부도(秋聲賦圖)와 세한도(歲寒圖)다.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린 추성부도는 하얀 달과 앙상한 나무, 흔들리는 낙엽이 어우러져 처연한 느낌을 준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 시절 그린 세한도는 엄동설한 속 소나무와 외딴집이 갈필(渴筆)로 그려졌다. 둘 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인생무상을 새삼 느낀 때문인지 유독 마음에 남았던 듯하다.
이 책 저자는 세한도 속 소나무가 변함없이 사제의 의리를 지킨 제자를 상징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추사 자신을 투영한 것이라고 말한다. 거친 겨울바람에도 힘찬 가지를 뻗는 소나무를 통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거라는 얘기다.
국문과를 나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화에 비해 정적으로 인식돼 온 고전 한국화를 운치 있게 해설하고 있다. 제목처럼 그림에서 순간의 장면을 포착해 이에 대한 감상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마치 시를 읽는 듯이 감칠맛 나는 표현이 고루한 미술사 책들과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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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