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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부터 점령한 러軍, 키예프 함락 위한 지름길이었나

입력 | 2022-02-25 16:08:00

체르노빌 원전. /황규인 기자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24일(현지 시간) 교전 끝에 러시아군 손에 넘어갔다. 1986년 4월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 원전은 2000년 이후 모든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잔존해 반경 30㎞까지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위험한 곳을 러시아가 장악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 첫날 서둘러 체르노빌을 점령한 이유로 이 곳을 장악해야 수도 키예프를 함락하기 쉽다는 점이 꼽힌다. 체르노빌은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서 키예프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6㎞, 키예프로부터 북쪽까지 불과 130㎞다. 잭 킨 전 미군 합참차장은 “군사적으로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국가 수장을 제압하는) ‘참수 작전’을 펼치기 위해 키예프로 향하는 지름길 위에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에 핵의 위용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공 직후 연설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최강의 핵국가이며 다수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국가”라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핵전쟁을 위협한 것이나 다름없는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원전 안전성이 우려된다. 이는 유럽 전체에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도 “체르노빌 공격은 벨라루스는 물론 유럽연합(EU) 국가에도 방사능 먼지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4일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원전 관련 인명 피해와 파괴는 없었음을 확인했다. 다른 원전 또한 안전하게 운영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고 공개했다. 체르노빌에서는 폭발 당시 방사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9000명 이상이 숨지고 인근 생태계가 대거 파괴됐다.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 숨진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가 11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