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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화를 원할 뿐”…우크라 동부 주민들, 러 피난 행렬

입력 | 2022-02-21 13:13:00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물리적 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러시아로 피난을 떠나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정부가 여성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피하라고 선언한 이후, 주민 수천명이 러시아로 피난을 떠나고 있다.

분리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격 개시가 임박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근거 없는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공황 상태를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꼬집고 있다.

공격 임박 여부와 상관없이 주민들 사이에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분리주의 세력 장악 지역인 일로바이스크에 거주하는 인나 살파(35)는 자녀 세 명과 함께 목적지를 모른 채 러시아행 버스에 올라탔다. 살파는 “아이들이 가장 걱정된다”며, 더 큰 전쟁이 임박했다고 우려했다.

최근 며칠 사이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은 격화되고 있고, 주민들은 멀리서 대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크라이나는 주민들의 적이 아니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희생자 수천명을 낳은 지난 8년간 전쟁으로 많은 주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뉴스 대부분을 접하는 탓에, 이 지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퇴직 교사인 류드밀라 주에바(63)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불과 10㎞ 떨어져 있다. 그들의 (총격) 소리가 매우 잘 들린다”고 말했다.

주에바는 러시아로 가 그곳에 거주 중인 친척집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도 주민들의 피난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오는 피난민들에게 130달러(15만5000여원)씩 지원하라고 명령했으며, 러시아 정부는 그 일환으로 지방 정부에 6400만달러(약 765억원)를 투입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로스토프 지방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친지가 없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국경 지역에 캠프촌을 설치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평화가 오기만 한다면 이번 분쟁이 누구에게 책임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며 정전을 염원했다.

딸, 손주와 함께 러시아 타간로크행 기차를 기다리던 예카테리나 노비코바는 우크라이나에 남은 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노비코나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게 우리에게 더 좋다고 생각했었다”며 “이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린 그저 평화를 원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