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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키즈’ 차준환, 개인 최고점 쇼트 4위… 하뉴도 넘었다

입력 | 2022-02-09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99.51점… 평창보다 15점 이상 올려
깔끔한 쿼드러플 점프… 자신감도 업
‘김연아와 金합작’ 오서 코치 지도… 내일 프리서 남자피겨 첫 메달 도전




2022년. 김연아 코치였던 오서와 포옹 차준환이 8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와 포옹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향기가 느껴진다.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21·고려대)이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깔끔하게 뛰었다. 이를 지켜보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61·캐나다)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기뻐했다. 12년 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를 펼친 뒤 기뻐하던 오서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당시 김연아는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이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99.51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95.15점·8위)에 앞선 4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10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뉴시스

차준환은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99.51점으로 4위에 올랐다. 자신의 개인 최고점(98.96점)보다 0.55점 높았다. 특히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28·95.15점)가 기록한 95.15점보다 4점 이상 앞섰다. 한국 남자 선수 사상 처음으로 쇼트프로그램 5위 안에 자리한 차준환은 “100점 돌파를 조금 기대했지만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네이선 첸(22·113.97점)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8·108.12점)가 이었다.

안소영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은 “첫 수행과제였던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빠른 스피드와 확실한 착지로 성공하며 심판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프리스케이팅이 쇼트프로그램보다 두 배의 비중을 가진 만큼 부담감을 갖지 않고 연기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8 평창 대회보다 성장한 차준환의 모습이 돋보였다. 당시 차준환은 15위를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83.43점. 당시 쿼드러플 살코 점프 대신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시도했다. 4년 만에 쿼드러플 점프를 올림픽에서 시도해 성공했고, 점수도 15점 넘게 올렸다. 4년간 얼마나 많이 갈고닦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7년. ‘피겨 여왕’ 축하 받는 차준환 차준환(왼쪽)이 2017년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피겨 여왕’ 김연아와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DB

차준환은 대표적인 ‘연아 키즈’다. 김연아 등장 이후 한국에는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여자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따며 성과도 냈다. 하지만 남자 피겨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차준환은 주니어 시절부터 시상대에 오르며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차준환은 14세 때부터 김연아의 코치였던 오서에게 집중 훈련을 받고 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지금껏 반복하고 있다. 차준환은 “취미도 없고 요즘 유행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별다른 취미 없이 훈련에만 매진했던 김연아와 닮은꼴이다.

이제 차준환은 10일 열리는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에 도전한다. 두 개의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할 차준환이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도 꿈만은 아니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는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욕심을 내지 않고 오늘처럼 좋은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시형(22·고려대)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총점 65.69점으로 27위를 기록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