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내 아들 정민아.”
14일 오전 9시께 경기 수원시 제10전투비행단 내 필승체육관에는 사흘 전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한 조종사인 고 심정민(29) 소령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이 열린 체육관 내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고인을 떠나 보낸 유족과 공군 동기생, 동료 조종사, 부대 장병과 그를 애도하기 위한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部隊葬)으로 치러졌다.
광고 로드중
사회자가 영결식 시작을 알리자 군악대 추모곡에 맞춰 공군 병사가 앞장을 서고 그 뒤로 종교계 인사들이 따라왔다. 이어 심 소령의 사진과 명패와 함께 고인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관과 그의 유족이 들어왔다.
유족들은 체육관에 들어서면서부터 미리 준비돼 있던 유족 좌석에 앉은 뒤에도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울음을 멈추지 않아 장내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고인 약력보고, 장례위원장 조서 및 동기생 추모사 낭독, 헌화 및 낭독 등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은 박대준 제10전투비행단장이 맡았다. 박 단장은 조서에서 “고인은 사흘 전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가 눈 앞에 보이는 민가를 벗어나기 위해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며 “자신이 사랑하는 전투기와 함께 무사귀환 대신 푸른하늘의 별이 됐다”고 추모했다.
이어 “전투조종사 한 사람으로서 군인 복무 정신을 보여준 심 소령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며 “한 없는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다. 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고 목숨을 바친 심 소령의 뜻을 이어받아 국가 수호의 임무를 완수하겠다. 대한민국은 심 소령의 희생을 무한히 기억하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꽉 잡았던 조종간을 내려놓고 그대가 사랑했던 대한민국 하늘에서 편안히 잠드시게”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유족 측 대표인 심 소령의 외삼촌은 “조국 하늘을 지키기 위해 전투기와 함께 사망한 심 소령은 12명의 장병을 배출한 병역명문가에서 태어났다. 평소 조카는 공군 엘리트 코스인 조종사로 복무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는데 허망하게 떠났다. 하늘에서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카의 명예를 지켜달라.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4시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영결식에는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방부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의원과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의원과 유승민 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제10전투비행단이 위치한 ‘수원무’를 지역구로 둔 김진표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은 심 소령의 숭고한 희생에 수원지역 국회의원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만일 심 소령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시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았을 것”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이어 “이번에 추락한 F-5 전투기는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모델로 2000년 이후 12대나 추락한 기종”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기종을 수원 10전투비행단에서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40여 대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군공항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역 주민들도 실감했을 것이다. 하루 빨리 국방부와 지역정치인들이 나서서 안전한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심 소령이 조종하던 KF-5E는 지난 11일 오후 1시43분께 정상적으로 수원기지에서 이륙했다. 이륙 후 상승하면서 왼쪽으로 선회하던 중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들어왔다.
광고 로드중
조종 계통 결함 발생 사실을 전파함과 동시에 항공기 기수가 급격히 떨어지자 조종사는 비상 탈출 의사를 표명했다. 항공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었다. 심 소령은 이를 피하기 위해 비상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회피기동 중 민가로부터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