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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발사체에 인공위성 실어 우주로… ‘우주강국 코리아’ 꿈 이룬다

입력 | 2022-01-04 03:00:00

‘새해를 여는 사람들’ 〈1〉오현웅 조선대 교수팀
우주기술융합연구실서 제자 6명과 초소형 위성 ‘스텝큐브2’ 개발 한창
한반도 주변의 열 변화 감지 나서… 진동저감장치 국내 첫 독일에 수출
국내 위성기술의 글로벌화에 기여… “맞춤형 인재 육성 교육시스템 절실”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관 3층 우주기술융합연구실에서 오현웅 교수(가운데)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학생들이 올해 쏘아 올릴 ‘STEPCube Lab Ⅱ’ 모형 앞에서 발사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삐∼ 삐삐 삐∼.’

지난해 12월 7일 오후 1시 45분(한국 시간)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세람에 있는 아마추어 무선국에 신호가 잡혔다.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오현웅 교수 팀이 2018년 1월 인도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STEP Cube Lab’(스텝큐브)이 보내는 모스 부호 소리였다. 8초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수신음이었지만 설계 수명이 1년인 스텝큐브가 여전히 지구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생존 신호’였다.

스텝큐브는 오 교수 팀이 호남권 대학 최초로 개발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 크기인 극초소형 인공위성(무게 0.93kg)으로, 일명 ‘빛고을 1호’다. 오 교수는 “스텝큐브에 장착된 장치들이 기술상 문제로 우주 공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3년 가까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돌고 있다는 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주강국 코리아’를 향한 위대한 도전

오 교수 팀은 ‘절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에 실어 우주에 보내는 미션이다.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관 3층에 둥지를 튼 우주기술융합연구실은 오 교수와 6명의 제자들이 ‘우주강국 코리아’의 꿈을 현실로 키워 가는 인큐베이터 공간이다.

오 교수 팀은 이곳에서 ‘STEP Cube Lab Ⅱ’(스텝큐브2)를 개발 중이다. 스텝큐브2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 20cm, 30cm인 초소형 위성(무게 9.8kg)이다. 오 교수 팀은 2019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한 ‘2019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 임무팀에 선정됐다.

경연대회는 대학과 산업체 등에 큐브위성 제작 기회를 제공해 우주 분야 인력과 기술을 양성하기 위해 개최된다. 2012년 첫 대회 이후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열리고 있다. 선정된 팀에는 큐브위성을 직접 우주에 날려 성능을 검증할 기회를 준다. 오 교수 팀은 2013년 처음 선정돼 스텝큐브를 우주로 올려 보내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17개 팀이 참가한 2019년 대회에서 오 교수 팀은 산업체와 함께 6U(1U는 10×10×10cm) 크기 위성을 만들어 핵심 우주 기술을 검증하는 ‘기술 검증’ 분야에 선정됐다. 3U 크기 위성으로 다양한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는 ‘과학 임무형’ 분야는 서울대, 연세대, KAIST 연구팀이 뽑혔다. 지역 대학 가운데 경진대회에서 두 번이나 선정된 연구팀은 오 교수 팀이 유일하다.

오 교수 팀이 개발하는 스텝큐브2의 주 임무는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열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 폭발 징후뿐 아니라 산불 감시, 잠수함 탐지와 원전 가동 여부 등을 관측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정황을 파악하는 등 군사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전자광학과 적외선 카메라를 모두 장착한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솔탑과 한화시스템 등 8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스텝큐브2는 1년여 동안 하루 평균 2.5회씩 지구를 돌며 한반도의 영상을 전달하게 된다.

7억6000만 원을 지원받은 오 교수 팀은 스텝큐브2를 2019년 7월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시스템 설계와 예비 설계, 상세 설계를 거쳐 전력, 통신, 탑재 컴퓨터, 태양전지판, 분리 장치 등을 제작했다. 현재 제작 공정은 70%. 올해는 스텝큐브2의 환경 시험을 진행한다. 궤도, 발사, 전자파 시험 등을 거쳐 고도 500km에 이르는 악조건에서도 지상 정밀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스텝큐브2를 비롯한 4개 인공위성은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인 3단형 발사체 ‘누리호’의 첫 손님이 될 예정이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처음 발사됐으나 설계 오류로 위성모형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첫 발사 때는 기능이 없는 ‘더미’ 위성이 실렸지만 올 하반기로 예정된 두 번째 발사 때 누리호 본체에 실려 하늘로 오른다.

● “실용학문 중심으로 교육체계 바뀌어야”

2018년 1월 발사한 ‘STEP Cube Lab’.

오 교수 팀의 기술력은 이제 우주 개발 선진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위성 핵심 부품인 진동저감장치를 개발해 독일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위성은 궤도상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진동 환경에 노출되는데 이 진동은 지구 관측 영상의 품질에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진동저감장치는 고해상도 영상 정보 획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독일 위성 제작 업체인 OHB에 공급하는 진동저감장치는 적외선 센서 냉각장치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효율적으로 감소시켜 고해상도 이미지 전송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오 교수는 “최근 관측 위성의 영상 품질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진동저감장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조선대 원천 기술을 활용해 산학 연구로 개발한 장치를 해외에 수출한 최초 사례이자, 국내 위성 기술의 글로벌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6년,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7년 등 13년을 현장에서 보낸 오 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용학문 중심으로 교육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학생 수가 줄고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무에 필요한 기술 중심의 교육, 즉 산업체 현장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도권 대학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직접 위성을 설계, 제작, 시험하며 실무 능력을 쌓으면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했다.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한 항공우주산업, 인공지능(AI),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등 광주전남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를 갖췄는데도 연계 시설이 부족해 그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우주 산업은 앞으로 통신 서비스를 통한 자동차 항공 선박 등 모빌리티 자율주행과 정비 관련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융복합 산업의 인재 양성에 대학과 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