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처형 지도’ 고발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서 (처형돼) 죽은 이들의 얼굴을 보게 했다. 경고의 의미였다.”
“차에 실려 온 사람이 개처럼 끌려나왔다. 이미 거의 죽은 상태였다. 아무 소리도 못 듣게 고막은 이미 나간 것 같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인 17일을 앞두고 북한의 처참한 인권 수준이 다시 확인됐다.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5일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등 정보를 종합해 북한 내 공개처형 현황 등을 고발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mapping·지도)’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 집권 시기(2011년 12월∼2018년)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27건의 처형 관련 진술을 확보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형 행태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TJWG는 5개국(남북 미국 캐나다 영국) 인권운동가 및 연구자들이 만든 단체다.
○ “사형수 가족들 처형 지켜보게 해”
2012∼2013년경 한 탈북자는 평양에서 생활하던 시절 공개처형 후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염방사기로 시체를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더 충격적인 건 북한 당국이 처형된 이의 가족들까지 맨 앞줄에 앉혀 이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는 것. 사형수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보다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고 이 탈북자는 증언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에서 “당국이 가족들에게 처형을 강제로 보게 했다는 진술이 빈번했다”고 밝혔다.
인민반장들이 처형 집행 예고 알림을 받은 뒤 각자 담당구역 주민들을 참석하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양강도 혜산시에 살던 한 탈북자는 2013년 공개처형 당일에 여성동맹 초급단체위원장이었던 자신이 담당하던 20여 명의 여성을 직접 데리고 처형장에 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미성년자들에 대한 총살형 현장도 목격했다. “처형 후 시체를 발로 밟아서 반으로 접었다. 자루 하나에 시체 하나씩 넣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싼 자루를 (당국이) 어딘가에 버린다고 했다.”
○ 처형 사유, 남한 영상 시청·배포 가장 많아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