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공제회 설립’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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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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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지난달 26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한국노동공제회)의 설립 취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노동공제회는 배달기사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노총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노동법, 사회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해 생활안정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특수’를 타고 올해 2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동공제회가 늘어나는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안전망 없는 플랫폼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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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배달대행업체가 운영하는 기사용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기사 김모 씨(37)는 “언제 어디서든 앱을 켜면 출근이 시작되고 원하는 콜을 선택해 배달한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운 일자리”라면서도 “가끔 업체가 콜을 강제로 배차하면 내키지 않는 곳이어도 배달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시키는 일(강제 배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씨는 근로자의 성격을 갖지만,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자영업자다.
○ 노동법 적용까진 ‘산 넘어 산’
정부 역시 노동법 밖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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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동계의 주장처럼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의 범주에 포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같은 플랫폼 종사자라도 일하는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영어 과외교사 한모 씨(28)는 김 씨처럼 앱을 통해 일감을 구하지만 일을 구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 등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앱은 한 씨와 그의 잠재고객(학생)들을 연결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따라서 김 씨와 달리 한 씨는 근로자라기보다는 자영업자에 더 가깝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어떤 플랫폼 일자리는 일감의 분배를 제어하고 플랫폼 종사자에게 업무의 수행 방식을 지시하지만, 어떤 일자리는 단순히 플랫폼 종사자와 고객을 매칭할 뿐”이라며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획일적으로 법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보고 노동법을 적용해 보호할지에 대해 논쟁이 활발하다. 독일은 지난해 말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발표한 반면, 프랑스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3권을 인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되 근로자가 아닌 경우 사용자가 이를 입증하도록 한 ‘AB5법’이 통과됐다가 무력화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한국노동공제회의 대안 가능성에 주목
한국노동공제회 역시 플랫폼 종사자 보호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출범했다. 한국노총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을 기존 노동법의 틀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전통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규율하는 노동법이 플랫폼 경제의 빠른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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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동공제회가 이 같은 노동법의 공백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법 확장이 아닌 근로자들의 상호부조에만 플랫폼 종사자 보호문제를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하지만, 정규직 근로자가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해 모금을 하는 등 연대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송명진 한국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종사자는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있고 조직화도 되어있지 않아 새로운 사회안전망 모델이 필요하다”며 “공제회는 이들에게 노동법 외에 중층적인 안전망을 제공해 보다 효과적인 보호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