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탄소중립 후폭풍]〈하〉의욕만 앞선 신재생에너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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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씨(58)는 한 달 전 태양광 발전 사업을 위해 1억5000만 원을 주고 경기 안성시에 2500m² 규모의 땅을 샀다가 낭패를 겪고 있다. 최근 시로부터 “근처에 다른 태양광 설비가 있어 건설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 조례는 ‘태양광 발전설비 간 이격거리는 200m 이상으로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씨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로 2018년(6.2%) 대비 5배가량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의욕적인 목표와 달리 신재생 산업 현장에서는 환경 논란으로 주민과 갈등을 빚거나 에너지 생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 “환경, 주민 피해 안 돼” 태양광, 풍력에 거리 두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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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발전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풍력발전업체 ‘지윈드스카이’는 2017년 부산 청사포에 해상풍력 발전소 건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소음 발생과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며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지윈드스카이 최우진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 수용성 가이드라인’ 등 규칙을 정하고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데 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다.
○ 신재생 인프라와 간헐적 생산 한계도 극복해야
태양광 시공업체 조모 대표는 “사업 인허가를 받아도 변전소 용량이 초과된 곳은 증설될 때까지 ‘번호표’를 받아 5∼1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건설 예정인 대규모 풍력 단지들도 배전선로를 새로 깔아야 한다. 입지 선정으로 인한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여건에 따라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간헐성도 문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기술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전의 역할이 당분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저탄소에너지의 역할을 확대하는 대안도 필요하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전원의 비중이 줄어드니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신재생 설비에 연결하는 고압선도 거미줄처럼 설치해야 해 ‘밀양 송전탑 사건’ 같은 일이 곳곳에서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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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