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주장한 60대 인권운동가 추정 내년부턴 본인이 규정한 성별로 의료증명 없이 여권 신청도 가능 ‘X 성별’ 허용 국가 최소 11개국
미국에서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별을 뜻하는 ‘X’를 표기한 첫 여권이 발급됐다. 남녀 중 어느 한쪽도 택하지 않으려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국무부의 조치다.
미국 국무부는 27일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X(성별 중립·사진 원 안)’ 표시가 된 첫 여권을 발급했고 내년 초 관련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나는 대로 모든 신청자에게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개인이 의료기록을 통해 이를 증명하지 않아도 본인이 규정한 성별로 여권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출생신고와 다른 성별을 여권에 기재하려면 의료기관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국무부는 6월 성소수자를 위한 여권 발급 절차 개정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제시카 스턴 국무부 성소수자(LGBTQ) 인권외교 특사는 “이번 조치는 이전의 ‘남’과 ‘여’보다 더 넓은 성(性) 특징이 있다는 것을 정부 문서에 담은 것”이라며 “진정한 정체성이 반영된 증명서를 얻을 때 사람들은 더 큰 존중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했다.
미국보다 앞서 여권에 ‘X 성별’ 표시를 허용한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네팔 등 최소 11개국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