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귀퉁이에있는 연탄창고는 텅 비어있었다. 김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연탄이 부족할 때 전화하면 봉사자들이 2, 3일 안에 가져다 줬는데 요즘엔 좀처롬 오지 않는다. 얼마 전 건강 때문에 일을 그만 둬 연탄을 주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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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연탄 후원은 연탄 구매 뿐 아니라 회사 동호회나 학교에서 단체로 나와 연탄을 날라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단체 봉사가 줄어 자연스레 연탄 후원까지 급감한 것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의 봉사 등이 모두 취소됐다. 확진자가 나와 봉사 하루 전날 취소되는 일도 많다”고 했다.
백사마을 주민 박송자 씨(80)는 “연탄은 금덩어리”라고 했다. 박 씨의 집에는 공기를 데우는 난로와 바닥을 데우는 난로가 따로 설치돼 있는데, 어느 하나만 떼면 보온 효과가 없어 하루 1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날 박 씨의 집 연탄창고에는 연탄 3, 4장이 전부였다. 박 씨는 “연탄이 부족하니 불씨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난방을 하는 버릇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백사마을에는 김 씨와 박 씨 가족을 포함해 약 30가구에 각각 150장의 연탄이 후원됐다. 아무리 아껴 써도 두 달 넘게 버티기는 어려운 양이다. 이 마을에서 연탄 난방을 하는 160가구 중 130가구는 연탄을 아예 받지 못했다. 어린 손자를 키우는 이정자 씨(84) 부부는 “예전엔 따로 요청을 안 해도 연탄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아쉬운 소리를 해도 연탄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전국 8만1721 가구가 연탄 난방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 등 열악한 가구가 84.2%(6만8816 가구)를 차지한다. 연탄 가격은 장당 800원 정도. 하루에 최소 10장의 연탄을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 난방비는 어림잡아 24만 원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조사한 겨울철 가구당 월평균 난방비 12만9000원의 두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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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인턴기자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