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개國에 결합신고 했지만 EU집행위 정식 심사에 착수 안해 업계 “점유 50% 독과점 노선 많아… 조건부 승인 내주려 엄격히 심사” 공정위도 해외판단 고려 승인 신중, 두회사 모두 경영불확실 부담 가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통합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 경쟁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EU가 아직 통합에 관한 정식 심사에 착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지연으로 양사 통합이 내년 상반기(1∼6월)에도 마무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통합 자금 미집행,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기업 결합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본보의 질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결합 심사는 위원회에 아직 공식 통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았을 뿐 정식 심사에 착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이 언제 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일본 경쟁 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 측도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사안이 아니라 언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본심사를 위해 EU 측과 기본자료와 의견을 주고받는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 협의가 끝나면 본심사가 진행된다. 통상 본심사는 3∼6개월 정도 걸리지만 중요한 기업 결합은 더 오래 걸린다. EU 집행위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통합 본심사를 2019년 12월에 시작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해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양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발생 우려가 있는 EU, 미국, 일본 등에서 심사를 깐깐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노선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점유율이 50% 넘는 노선이 30개가 넘는다. 유럽에선 바르셀로나, 파리, 런던, 로마 노선의 통합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항공업계의 한 임원은 “미국 유럽은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독과점에 대해 까다롭게 본다. 심사를 하면서 소비자 이익 보호 및 경쟁자 진입을 내걸어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이륙할 수 있는 권리)과 운수권 일부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례가 있다. 2013년 미국 법무부는 아메리칸항공-US에어웨이 통합을 승인하면서 양사가 보유한 주요 공항 슬롯, 게이트, 공항 인프라의 일부를 경쟁사에 내주라는 조건을 달았다. EU 집행위도 런던∼필라델피아 노선 등에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 노선의 슬롯 일부를 포기하면서 운항을 줄였다.
공정위는 지난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LCC들은 통합에 따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며 공정 경쟁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00% 독점하고 있는 인천∼울란바토르, 김포∼하네다 노선 등의 슬롯 및 운수권 배분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측은 “EU에서 요청하는 자료 제출과 추가 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 등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승인 결정을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