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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 흑인 국무’ 콜린 파월, 코로나 합병증으로 별세

입력 | 2021-10-18 22:30:00



흑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파월 전 장관의 유족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장관이 오늘 아침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며 “우리는 사랑했던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이며 또한 위대한 미국인이었던 그를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나 돌파감염으로 합병증 증세를 보여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파월 전 장관은 군과 외교 분야에서 수차례 ‘최초’라는 기록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1937년 뉴욕 할렘가에서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뉴욕시립대 학군단(ROTC) 장교로 임관 후 1963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최연소 합참의장(당시 52세)에 임명됐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자리에 오르며 군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교수장이 됐다. 당시 상원은 만장일치로 그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1990년대 중반 걸프전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 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은 해외 분쟁에 개입을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 압도적인 군사력을 투입, 속전속결로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파월 독트린’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 그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숨겨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였던 이력 때문에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와 공화당 네오콘들이 주장했던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이라크전 정당화에 앞장섰던 자신의 활동들에 대해 “경력의 오점”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정권에서 요직에 올랐지만 이후 민주당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2008년 대선에서는 흑인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지난해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향해 “국가적인 수치이자 국제적인 부랑아”라는 원색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특정 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할 당의 정책과 후보를 보고 투표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파월 전 장관은 국무장관 시절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불렀던 대북 강경파이기도 했다. 퇴임 이후에도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그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정권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침공하는 것은 절대 생존하지 못하는 자살행위”라고 경고했다.

2017년 6월 30일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에서 예정된 연설에 앞선 사전 티타임에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으로 부터 파월 전 장관의 저서를 선물 받고 있다. 2017.6.30 워싱턴=청와대 사진기자단/동아일보 원대연기자



그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1973~1974년에 동두천의 주한 미군부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2004년 신기남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두천, 의정부는 집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1995년 발간한 책에서는 “한국 근무 시 일주일간 밤낮을 바꿔 훈련을 했는데 부대원 700여 명이 한밤중 30㎞ 행군을 끝냈던 순간은 내 평생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군에 대해서는 “지칠 줄 모르고 똑똑한 군인들”이라고 칭찬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파월의 죽음에 매우 침통한 마음”이라며 “그는 훌륭한 공직자로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그의 조언과 경력에 의지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