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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동시에 비틀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분기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발표된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의 예상치 5.0~5.2%보다 낮고 올해 1분기(18.3%), 2분기(7.9%)와 비교해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대형 부동산회사 헝다의 파산 위기, 유례없는 전력난, 세계 공급망 교란 여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푸링후이(付凌暉) 국가통계국 대변인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 들어 석탄, 가스, 원유 등 국제 에너지원 가격이 크게 올랐고 국내 석탄 공급도 긴박하게 이뤄졌다. 일부 부동산 기업이 과하게 빚을 내서 맹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전력난과 헝다 사태를 언급했다. 중국 관계자가 공개석상에서 전력난 심각을 시인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베이징 최저기온이 영하 0.2도로 떨어지는 등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온다는 점도 전력난 우려를 더한다.
다만 푸 대변인은 3분기 누적 성장률이 전년비 9.8%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력난 지속 등으로 4분기 성장률 또한 시장 예상치를 밑돈다 해도 올해 전체로는 당국이 제시한 연 6%대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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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기업 중왕(忠旺)그룹 또한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18일 진룽제 등 경제매체들에 따르면 중왕은 15일 공시를 통해 “본사 및 계열사에서 심각한 경영 문제가 발생했다.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시했다. 알루미늄이 산업 전반에 걸쳐 기본 재료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헝다, 화양녠 등 주요 부동산회사에 이어 이 회사의 위기 또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경제가 올해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던 주요 기관 또한 속속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1%로 낮췄다. 미 골드만삭스 또한 기존 8.2%에서 7.8%로 하향했다.
최근 미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과 물가 상승 우려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17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가 8~12일 경제·금융 전문가 67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은 향후 12~18개월간 미 경제 성장의 최대 위협으로 ‘공급망 병목’을 꼽았다. 노동력 부족(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8.2%)보다 훨씬 높다.
응답자의 45%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공급망 병목이 해소될 것’으로 점쳤고, 15%는 내후년인 2023년을 예상했다. 물류 분야의 주무장관인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 역시 17일 CNN에 출연해 “올해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문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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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 전망치 또한 연율 3.1%로 전망했다. 7월 조사(7.0%) 때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4분기(10~12월) 성장률 전망치 또한 5.4%에서 4.8%로 낮아졌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