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이 신경 좀 써주실 수 있겠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생겨나는데 시신에 손을 대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해 2월 25일 강봉희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장(68)은 대구시청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감돌자 두려움 때문에 어떤 장례지도사도 시신 수습에 나서지 않았던 것. 강 단장은 봉사단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모두가 안하겠다면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설득했다. 그렇게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의 대구와 대구 근교 지역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이 시작됐다.
7일 에세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사이드웨이)를 펴낸 강 단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다른 장례지도사가 떠맡기 싫어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31구를 수습했다”고 했다. 지난해 감염공포가 심했을 때 아무리 돈을 주더라도 시체를 수습하려는 사설 장례업체가 없었다. 15만 원이던 운구차 비용에 위험수당이 붙어 50만 원으로 껑충 뛸 정도였다. “대구에 위치한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은 시신 수습 과정에서 수익을 얻지 않고 기부금과 회원 회비로만 운영되는 봉사단체입니다. 저는 2004년부터 대구의 무연고자, 기초생활수급자를 염습하며 봉사했는데 시청 요청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도 하게 됐죠.”
최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사설 장례업체가 시신 수습에 나서면서 그가 할 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돈벌이가 되지 않는 무연고자, 기초생활수급자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은 강 단장이 나선다. 통화 이틀 전인 9일에도 그는 시신을 수습하고 왔단다. 돈도 못 버는 일을 왜 하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20여년 전 방광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겨우 살아났어요. 2002년 병원에서 매일 창밖을 보던 제 눈에 병원 장례식장이 보였죠. 그 때 만약 제가 살아서 병실 밖을 걸어 나간다면 장례식장으로 오는 시신을 위해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죽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저는 죽은 자들을 위해 계속 봉사할 겁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