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에 필리핀-러 언론인… “민주주의 토대 표현의 자유 지켜” 필리핀 레사-러 무라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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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 평화상은 독재 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두 언론인 마리아 레사(58·필리핀)와 드미트리 무라토프(60·러시아)에게 돌아갔다. 언론인의 노벨상 수상은 1935년 카를 폰 오시에츠키(독일) 이후 86년 만이다.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해 평화상을 수여한다. 레사와 무라토프는 용감하게 싸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한 세상에서 이들은 이상(理想)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도 했다.
필리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역대 18번째 여성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레사는 필리핀 탐사보도 플랫폼 ‘래플러’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맞서는 대표적 언론인이다. 2012년 창간된 래플러는 두테르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2만 명 이상을 희생시켰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레사를 두고 “대통령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필리핀 국적을 모두 보유한 그는 CNN 마닐라·자카르타지국장을 지냈다. 수상 직후 그는 래플러를 통해 “팩트(사실) 없이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팩트 없는 세상은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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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부터 올해까지 러시아와 필리핀에서 각각 58명, 87명의 언론인이 살해당했다. 노벨위원회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언론은 권력의 남용과 거짓 선전, 전쟁과 갈등을 막는다”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없이는 국가 간의 우애도, 군비 축소도, 더 나은 세계 질서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000만 크로나(약 13억5600만 원)의 상금은 두 수상자에게 나눠서 주어진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