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에 부하들은 왕궁에서 잘 정리된 문건 하나를 발견했다. 알렉산드로스가 준비 중이던 다음 원정 계획서였다. 이 참을 수 없었던 정복자의 칼은 시칠리아, 이탈리아반도,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도시와 이베리아반도까지 향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나가 전 지중해를 석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10년을 더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사람은 로마 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당시 로마는 막 이탈리아 중부를 석권하고 남부의 여러 민족, 지역과 전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알렉산드로스의 군대가 침공해 왔더라면 배겨 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답은 영원히 알 수 없지만, 당시 이탈리아에는 이미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인들이 침투해 있었다.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에는 그리스인들이 세운 식민도시들이 정착해 있었다. 이들 외에도 로마인, 에트루리아인, 삼니움인, 켈트인들이 난립해서 이탈리아는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정복에 실패한다. 결정적 이유는 그리스인들의 분열이었다. 그리스인 연합 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도시국가 의식이 너무 강했던 이들은 한 번도 자신들이 하나의 국가라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듯하다. 알고 보면 비록 승리했지만,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때도,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정복할 때도 그리스는 한 번도 제대로 단합한 적이 없다.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까지 와서 손을 잡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그리스는 이탈리아 정복의 기회, 유럽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한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