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KT에 지명된 김준환(23·가드)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경희대 소속으로 대학농구 1차 대회에서 평균 33.7점을 넣는 등 대학무대 최고의 ‘득점기계’로 군림했지만 ‘미 지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를 택한 그는 이번에 선수가 아닌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자신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다 2라운드 9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KT의 서동철 감독 입에서 “일반인 김준환”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나온 이유다. 그리고 현장을 함께 찾은 어머니 박승애 씨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덩달아 눈에 눈물이 고였다. 처음에는 “안 울었다”고 손사래를 치던 김준환도 “작년에도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분한 마음에 울음이 터졌는데, 이번에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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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 뒤인 올해 초 주변의 격려 속에 다시 농구공을 잡았을 때, 다시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운동화끈을 고쳐 멨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잠이 들어도 오전 8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오전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약점이라고 생각한 슈팅과 2대2 능력을 집중적으로 길렀고 강점이라고 생각해온 힘과 스피드도 가다듬었다. 독기를 품고 훈련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서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냐”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지난해의 저에 비해 ‘멘털’이 확실히 강해진 것 같아요. 원하지 않은 경험(드래프트 낙방)이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어떤 상황이든 무너지는 일은 다신 없을 거 같아요.”
프로에 지명된 날 김준환은 ‘역대급’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축하메시지와 연락을 받아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한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게 오전 9시였다고 한다. 전날 오전까지 스스로 ‘취준생’이었다고 표현한 그는 29일 KBL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직장인’ 생활을 시작한다. 김준환은 “작년에는 느껴보지 못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프로라는 수식어가 걸 맞는 선수가 되도록 오늘부터 마음을 다 잡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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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