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汪洋)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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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한 명이자 권력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 대만 언론들은 왕양 상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더 많다.
25일 홍콩 밍보는 ‘시진핑 후임은 왕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왕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후계자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시 주석이 1인자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이 아닌 리 총리를 승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도했다. 전날 쯔유시보 등 일부 대만 매체들이 보도한 ‘왕양의 시 주석 후계자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24일 대만 언론들은 왕 상무위원이 17일 열린 중국 공산당의 경제 분야 최고 회의인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점과 19일에 열린 티베트 중국 편입(중국에서는 ‘티베트 평화 해방’으로 부름) 70주년 기념식에 중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점을 들어 “왕양이 시 주석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앙재경위 위원이 아닌 왕양은 원칙적으로 회의에 참여할 자격이 없지만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과 리 총리에 이어 3번째로 이름이 거명됐다. 특히 이날 회의는 ‘공동 부유’라는 시 주석의 핵심 키워드가 처음으로 등장한 날이어서 중요성이 컸다. 티베트 중국 편입 기념식도 그동안 차기 후계자가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1년 50주년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부주석이, 2011년 60주년 행사 때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각각 참여했다. 두 사람 모두 이듬해 열린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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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보는 10주년 단위로 성대하게 치러지는 티베트 기념일 행사에 과거 정부 대표로 참석했던 정치인들의 서열이 들쑥날쑥해 이를 ‘왕세자’의 징표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왕 상무위원이 현재 맡고 있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일반적인 대외 업무에 티베트 주요 행사 방문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왕 상무위원이 중앙재경위 회의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부총리 시절 주력한 농촌지역의 빈곤 퇴치 문제가 당시 회의의 주요 주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보다 두 살 어리기 때문에 후계자로서의 나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 주석은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조항을 폐지했다. 앞서 2017년에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는 차기 후계자를 지목해야 하는 관례를 깨고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상황이 시 주석의 연임을 가리키고 있는데 시 주석이 내년 제20차 당대회에서 갑자기 지휘봉을 넘길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이 아닌 리 총리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955년생인 왕양은 현재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66) 총리, 5위 왕후닝(王滬寧·66) 선전·이데올로기 담당 상무위원과 동갑이다. 중국 공산당은 관례적으로 ‘칠상팔하(67세 유임, 68세 은퇴)’를 상무위원 교체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르면 이들 세 명은 모두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잔류가 가능하지만 누가 남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왕양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로 분류되지만 파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을 듣고 있다. 왕양이 2017년 중국 최고지도부인 상무위(7명)에 입성했을 당시 그를 어느 계파로 봐야 할지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갈렸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공청단과 거리를 두는 시 주석에게도 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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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