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김태옥(34·서울시청)은 고 한사현 감독(1968~2020) 얘기가 나오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 한 투병생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사현 감독은 간암, 김태옥은 위암이었다.
김태옥은 “감독님이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나도 두 달 뒤에 암진단을 받았다. 같이 패럴림픽을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해 왔는데 나만 이렇게 뛰고 있는 것 같아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까지 단 기쁨보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을 먼저 이야기했다.
안타깝게도 한 감독은 지난해 9월 암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선수들과 함께 밟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2000년 시드니 이후 21년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그 중심에 휠체어농구 1세대 한사현 감독이 있었다. 현재 대표팀 주축선수들은 대부분 한 감독이 발굴해낸 제자들이다. 김태옥도 한 감독과 서울시청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각별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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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은 쉽지 않았다. 20대 초반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찾아온 데 이어 암까지 그를 덮쳤다.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들이 몸을 옥죄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먼저 찾았다.
김태옥은 “힘들었던 시간이면서도 한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팀 동료들을 포함해 주변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을 많이 보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 같다”라고 했다.
패럴림피언은 흔히 ‘사선을 넘은 전사’라고 불린다. 장애와 병마를 극복하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김태옥은 두 차례 사선을 넘은 태극전사다. 더 단단하고 야무지다. 게다가 혼자 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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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A조에 속해있다.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3위 스페인에53-65로 석패했다. 26일 세계랭킹 6위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첫 승을 노린다.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한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