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재정비
게티이미지코리아
직장인 박모 씨(33)는 지난달 갖고 있던 5000만 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최근 주가가 고점보다 떨어진 미국 전자상거래 대장주 아마존을 분할 매수하는 한편 나스닥100지수와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올해 들어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1∼6월)에만 서학개미들이 사고 판 해외 주식은 240조 원어치에 육박한다. 상반기 서학개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이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였다면 하반기(7∼12월) ‘최애주’(가장 좋아하는 주식)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종목들로 대거 바뀌고 있다.
서학개미들, 테슬라 대신 아마존, 구글 담아
해외 주식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장바구니에 담는 종목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학개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17억1482만 달러어치를 사들인 테슬라였다. 이어 애플(8억4379만 달러), 대만 반도체기업 TSMC(4억4560만 달러), 미국 빅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3억9844만 달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처칠캐피탈(3억3338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순매수 상위 종목은 플랫폼 관련 기업이 싹쓸이했다. 7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마존으로 2억6646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억9308만 달러), 홍콩항셍기업지수 상장지수펀드(1억1766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1479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1위였던 테슬라의 인기는 점점 식어가고 있다. 고공 행진하던 테슬라 주가가 최근 휘청거리면서 서학개미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익률이 719%에 달했던 테슬라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6.78%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대금 결제를 번복하는 등 잦은 설화에 휘말린 데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도 ETF 열풍
실제로 지난해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ETF는 2개뿐이었지만 올 7월 이후에는 4개 종목으로 늘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홍콩항셍기업지수 ETF를 비롯해 리튬 및 배터리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리튬 ETF(9329만 달러),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QQQ ETF(9167만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