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李-尹 갈등’ 다시 폭발 조짐
봉합 수순으로 가는 듯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다시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탄핵’ 발언과 당 경선준비위원회 월권 논란 등 양측의 신경전이 당 안팎의 질타에 일단락되는 듯하다 윤 전 총장 측의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설이 불거지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국민의힘은 25일 대선 주자들의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를 열고, 26일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켜 경선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주말 사이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접촉해 선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정 전 총리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 전 총리의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여진이 발생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李 “운전대 뽑아가고 의자 부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왼쪽)은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이태진 홍대소상공인번영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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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측 인사, “이준석 사퇴” 거론 뒤 사퇴
나흘 만에 공개 행보를 재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기에 이날 윤석열 캠프의 민영삼 국민통합 특보가 올린 글은 양측 신경전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거나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썼다. 윤석열 캠프 인사가 ‘이 대표 사퇴’를 공개 거론한 건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 특보는 글을 삭제한 뒤 “캠프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단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얼마 뒤 특보직에서도 물러났다. 특보로 위촉된 지 4일 만이다. 그는 사퇴 후 유튜브 방송에서 “더 자유롭게 (이 대표를) 비판할 수 있어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를 향한 윤석열 캠프 내부의 반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유승민 캠프의 김웅 의원은 “실수가 아니라 고도의 프레이밍”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 모임인 ‘윤사모’는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발언을 둘러싸고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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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