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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코로나로 버블 종식’ 예언한 묵시록

입력 | 2021-08-21 03:00:00

◇애프터 버블/오바타 세키 지음·신희원 옮김/232쪽·1만7000원·미세기




‘코로나 묵시록’ 같은 게 있다면 아마 이 책일 것이다. 책을 보면서 저자가 현직 경제학과 교수임을 재차 확인했다. 학자가 쓴 책치곤 너무도 단정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그런데 읽을수록 저자의 논리에 수긍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저자는 일본 대장성(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 관료를 거쳐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제이론과 현실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저자는 버블과 붕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버블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세계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른바 ‘버블 애프터 버블’이다.

그런데 코로나 국면에서 실물경제 버블이 최종 국면을 맞을 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각국이 팬데믹 극복을 위해 금융, 재정정책을 모두 소진하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경기 진작을 위한 실탄이 완전 고갈된다는 얘기다. 이로써 냉전 종식 후 30년에 걸쳐 지속된 버블 확대 국면은 끝나게 된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 경제 침체는 일종의 버블 안정기로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와 맞물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경제 봉쇄와 대규모 현금지원이 낳을 재정파탄이다. 저자는 일본 정부의 재정붕괴를 거의 확신조로 예언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재정파탄 후 증세를 할 건지, 아니면 정부지출을 줄일 건지 등의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난지원금 등 일본과 유사한 방역, 경제대책을 내놓은 한국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국면에서 일본 정부가 생명논리에만 빠져 과도한 방역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한다. 비용 대비 효용에 대한 논의가 봉인되고, 감염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에만 몰입했다는 것. 일본 사회 전체가 비이성적인 ‘사고 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방역과 경제의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하는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