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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기 딱 좋은 새 명당은 어디?

입력 | 2021-08-20 03:00:00

티베트 고원의 렁후 인근
대형 천체망원경 자리로 선정
中, 관측시설 7기 구축 착수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대형 천체망원경의 새 명당자리가 지구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됐다. 덩리카이 중국과학원 국가천문연구소 연구원팀은 중국 칭하이성 싸이스텅산의 해발 4200∼4500m 지대가 대형 천체망원경 설치에 적합하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일 소개했다.

천체망원경의 설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조건이다. 미약한 별빛을 포착해야 해 맑은 날이 많은 지역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가스나 먼지처럼 온도가 낮은 천체는 적외선 관측을 해야 해 습도가 낮은 지역이 선호된다. 해발고도가 높고 우주 관측에 방해가 되는 불빛이 없는 것도 중요 조건이다. 온도와 기압, 바람이 불규칙적으로 바뀌면 공기 굴절률이 바뀌어 망원경 초점에 영향을 준다. 대형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마찰이 적은 곳을 찾는 것도 숙제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지역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곳은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 스페인 라팔마섬, 칠레 아타카마 사막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에는 각국이 건설한 천문대들이 빼곡히 자리 잡아 새 망원경을 설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연구팀은 티베트 고원의 작은 현인 렁후(冷湖) 인근 10만 m²를 샅샅이 뒤져 싸이스텅산 정상 부근 부지를 찾아냈다. 3년간 이 지역을 관찰한 결과 연중 70% 맑은 날씨가 유지됐다. 밤의 어둡기와 습도, 낮과 밤의 온도 차도 유명 천문대가 들어선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천체망원경 설치의 가장 중요한 고려 조건인 ‘시상’도 0.75초(1초는 0.1도)로 마우나케아산과 같았다. 시상은 대기와 날씨에 따라 별이 얼마나 흐릿하게 보이는지 나타내는 측정 단위다. 중국은 렁후에 3일에 한 번씩 밤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광시야 망원경과 지름 7m의 중국 최대 광학 망원경 등 7기의 관측시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형 천체망원경들은 지구의 서반구에 몰려 있다. 동반구에 속한 티베트 고원이 채워지면 지구는 24시간 내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덩 연구원은 “렁후가 차세대 중국 천체 관측의 새로운 고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