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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양종구]체조 수영 육상의 영웅들

입력 | 2021-08-03 03:00:00


신재환이 2일 열린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양학선이 정상에 오른 뒤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이다. 신재환은 1차 시기에서 최고 난도의 ‘요네쿠라’(공중에서 3바퀴 반 비틀어 돈 뒤 착지)를 성공한 뒤 2차 시기에서 ‘여2’(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돈 뒤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했다. 여2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기술이다. 여자 뜀틀에서는 여 교수의 딸 여서정이 ‘여서정’ 기술로 동메달을 따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메달 획득 및 첫 부녀 메달리스트가 됐다.

▷체조와 수영, 육상은 기초 종목으로 불린다. 체중에 따른 체급도 없고 싸울 기구도 없다. 오직 훈련으로 쌓은 신체 능력이 유일한 경쟁 도구다. 육상 남녀 100m 대결에 지구촌이 주목하는 이유가 신체 능력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빠른 남녀를 가리기 때문이다.

▷남자 수영 자유형 100m에서는 황선우가 5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황선우의 100m 5위가 69년 만에 아시아인으론 최고 성적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신체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서구 선수들이 이 종목을 지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선우는 그 벽을 깼다. 육상 높이뛰기 남자 결선에서는 우상혁이 2m35까지 깔끔하게 넘어 개인 최고기록(2m31)보다 4cm를 더 뛰어 역대 육상 트랙과 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다.

▷기초 종목에서는 한계 상황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면 목표를 이루기 힘들다. 신재환은 허리에 철심을 박은 상태에서도 뜀틀을 수없이 뛰어넘어 요네쿠라와 여2를 완성했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돌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 세계를 제패했다. 우상혁도 자신의 한계인 개인 최고기록 이상을 넘으려 줄기차게 시도했다. 우상혁은 8세 때 자동차 바퀴에 오른발이 깔려 왼발에 비해 1.5cm 작은 불리함도 극복했다. 달릴 때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밸런스를 맞췄고, 결국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들의 성취는 불모지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 빛난다. 대한체육회 등록 선수(2021년 상반기) 기준 육상은 남녀 총 5292명, 수영은 3155명, 체조는 1235명이다. 일본은 육상만 38만여 명이다. 인구를 감안해도 한국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들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양학선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그랬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특출한 천재 하나에만 기대는 게 한국 기초 종목의 현실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기초 종목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길 기대한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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