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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꿈만 꾸던 금” 필리핀 새 역사 ‘번쩍’

입력 | 2021-07-28 03:00:0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55kg급 ‘150cm 영웅’ 디아스



26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역도 여자 55kg급에서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스가 용상 3차 시기에서 127kg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확정하자 기쁨의 포효를 하고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디아스도, 100년 가까이 첫 금메달을 기다려온 필리핀도 함께 환호한 순간이었다. 도쿄=AP 뉴시스


‘100년을 기다려 온 금메달.’

키 150cm의 필리핀 ‘작은 영웅’이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자 필리핀 언론들이 일제히 뽑은 제목이다. 어린 시절 지독하게 가난해 은행원을 꿈꾸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역도 선수로 거듭나며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썼다.

26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역도 여자 55kg급에서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스(30)가 인상 97kg과 용상 127kg을 들어 올리며 합계 224kg으로 중국 랴오추윈을 1kg 차로 이기며 금메달을 따냈다. 1924년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필리핀은 97년 동안 은메달과 동메달을 합쳐 10개의 메달을 획득했지만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금메달이 확정되자 디아스는 바를 내려놓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지켜보던 필리핀 취재진 등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는 한 편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디아스의 ‘인생 스토리’ 때문이다. 6남매 가운데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지독하게 가난했다. 아버지는 삼륜차 기사, 농부, 어부를 전전했다. 디아스는 우물에서 40L의 물을 퍼서 집까지 수백 m를 걸어와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더 가볍게 물을 들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역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은행원을 꿈꿨지만 운동에 재능을 발견해 역도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선수로서의 길도 험난했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을 떠났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체육관 출입이 통제되면서 작은 공간에서 외롭게 자신과 싸웠다. 필리핀 내에서 그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국민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와 기업은 디아스에게 3300만 페소(약 7억5000만 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아스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금메달을 따다니 믿기지 않는다. 필리핀의 젊은 세대에게 ‘당신도 금메달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