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합의 두고 100분만에 백지화 돼 정치경력은 있지만 실무 취약하다는 점 드러내 "0선 대표도 다 이렇진 않아...협상이 뭔지 몰라" 여가부·통일부 폐지에 이어 중국 '잔혹하다'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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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코로나19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취임 한달차인 이 대표가 최근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중국을 ‘잔혹하다’고 표현하는 등 잇딴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뉴시스 취재결과, 이 대표는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만찬회동을 갖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내에서 소득 하위 80% 현행 안과 전국민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야 대표간 전국민 지급에 합의한 것이다. 다만 각 당에서 내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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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추경 등의 문제는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의 소관이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관련 소식을 듣고 이 대표에게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당내 경제통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해진 의원도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 의원들이 있는 카카오톡방에서도 이 대표의 이런 합의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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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한 의원은 1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합의는 모르고 했어도 문제고 의도적으로 한 거면 더 큰 문제”라며 “협상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니겠느냐. 0선 대표도 다 이렇지는 않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경우 벌어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승민,하태경 등 당내 일부 대선주자의 ‘여가부 폐지’론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후 더 나가 통일부 폐지론까지 주장했다. 여가부와 통일부가 하는 일이 없으니 폐지하자는 논리다.
여가부 폐지까지는 대선주자의 돕기의 일환으로 보던 당 의원들도 통일부 폐지에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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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발언이 당 내부 분위기와 역행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적들과 단호히 싸울 것이다. 중국의 잔혹함(cruelty)에 맞서겠다”고 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은 반중(反中) 노선으로 읽히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 “당 대표가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당론이거나 당론에 준해야한다”며 “그런데 당대표가 평론가 수준으로 말하게 되면 그걸 이제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한달차에 접어들면서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냉정하게 당대표로 평가받아야할 시기가 왔음에도 여러 발언으로 논란만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보수정당 최초의 30대 당대표 당선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당 대변인을 뽑기 위한 토론베틀 개최 등 경직돼있던 보수정당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 대표의 성과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주력하고, 당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발언을 한다는 점은 이 대표의 비민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행태에서는 오히려 권위주의 시대에서 볼 수 있었던 ‘제왕적 당대표’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젊은 꼰대’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아울러 국정철학의 부재로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아젠다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혹평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