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살얼음판이다.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생산차질이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속속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며 파업에 한발짝 더 다가서며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대비 73.8%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전체 조합원 4만8599명 가운데 4만3117명(투표율 88.7%)이 투표에 참여했다. 개표 결과 찬성 3만5854명(투표자 대비 83.2%·재적 대비 73.8%), 반대 4944명(11.5%), 무효 2319명(5.3%)으로 집계됐다.
오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회의에서 노사간 입장차를 인정하는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는다. 노조는 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 뒤 파업 돌입 또는 교섭 재개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순이익의 30%지급, 만 64세로 정년 연장, 국내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한국지엠 노조(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역시 파업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 763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6.5%의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노조는 지난 7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 파업을 할 수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 경남 창원공장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달 반도체부품 부족으로 부평1공장만 100% 가동하고 부평2공장과 창원공장은 절반만 가동한다. 현대차·기아에서도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피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노조의 파업과 직장폐쇄로 생산 차질을 겪었던 르노삼성의 경우 한달 이상 교섭이 중단됐다 최근 재개됐다. 르노삼성은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교섭대표노조인 르노삼성차기업노조와 사측의 임금단체협상이 1년을 넘긴 상황에서 제3 노조 ‘새미래노조’와 제4 노조인 ‘영업서비스노조’가 재교섭을 요구했고, 지난달 1일부터 제1노조의 쟁의권과 교섭권이 정지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 확정 후 1년이 지난 후 다른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면 회사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적자와 모회사인 르노그룹의 부진으로 희망퇴직, 순환휴직, 파업, 직장폐쇄 등 감정이 악화됐다. 다만 최근 XM3 수출호조로 경영여건이 개선된 만큼 빠른 교섭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