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방치하다 임기 말 조직만 늘린 與 교육부 위에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단념하라
이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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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명으로 대학 신입생 정원(50만 명)의 절반밖에 안 된다. 초중고교 50곳이 폐교됐고, 신입생 정원의 9.1%를 뽑지 못한 대학들은 도미노 폐교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구조개혁이 한창이겠지만 정부는 대대적인 교원 및 대학 구조조정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 6∼8년 후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사학연금 개혁은 손도 대지 않았다.
교육개혁은 외면하던 정부가 임기 말에 교육 담당 정부조직을 두 개로 늘리는 엉뚱한 일을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국가교육위원회의 연내 출범을 공언한 후 여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열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예의상 시늉만 할 뿐 이달 초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법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조직으로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역할은 교육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관급 교육위가 정책을 결정하면 부총리급 조직인 교육부는 집행하고 그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이상한 구조다. 교육부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국가교육위를 신설한 탓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교육위가 지는가, 교육부가 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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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는 초정권적 기구라는 주장과는 달리 대통령과 여당 추천 몫 위원 등을 감안하면 과반이 전교조를 포함해 친여 인사들로 채워지는 구조다. 출범은 내년 7월이지만 위원과 사무처 직원 인사는 그 전에 할 수 있도록 부칙도 달았다. 임기 3년의 위원들은 10년의 교육 계획 결정권을 갖는다. 정권이 바뀌어 교육부는 넘겨주더라도 국가교육위만 있으면 좌파 교육 권력은 10년간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셈이다. 국가교육위 사무처와 산하 상설 위원회들, 국가교육위가 지정권을 갖는 교육연구센터까지 ‘자리’도 대폭 늘어나 ‘전교조 복지법’(김종민 변호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도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가교육위와 비슷한 국가교육회의가 있는데 친여 편향적 위원 구성에 무능한 일 처리로 “하는 일 없이 예산만 축낸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교육부는 수능 정시 비중과 교원 양성 규모 결정이라는 민감한 과제를 교육회의로 떠넘겼고, 교육회의는 특위,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 하청, 재하청을 주느라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 끝에 결론도 못 내리고 교육부로 다시 떠넘긴 흑역사가 있다. 교육회의의 실패에도 그보다 규모와 권한이 훨씬 강화된 국가교육위를 임기 말 정권이 알 박기 하듯 신설한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가교육위가 교육부와 뒤엉켜 교육 현장에 초래할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이쯤에서 국가교육위 출범을 포기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해선 안 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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