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거인’으로 불렸던 고인은 1940년 일본 나가사키시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월간지 분게이슌주 기자로 입사했지만 2년여 만에 퇴사했다. 이후에도 계속 취재와 집필을 이어가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뇌물 의혹을 파헤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를 분게이¤주에 게재했다. 다나카 당시 총리의 검은돈 문제를 광대한 자료를 기초로 밝혀낸 해당 기사는 다나카 총리 퇴진의 계기가 됐고 일본에서 ‘탐사보도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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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최소한 관련 서적 수십 권을 독파한 뒤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도쿄 분쿄구 고이시카와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서재 전용 빌딩을 지었다. 건물 외관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고양이 빌딩’이라고 불린다. 그는 이 곳에 소장한 서적 약 10만 권을 보관했다. 그가 자신의 독서론을 소개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2001년)’는 한국 독자들도 많이 봐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그를 “거대한 독서량, 문과와 이과의 벽을 가볍게 넘는 폭넓은 취재 주제를 보여줬다. ‘무엇이든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든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끝없는 지적호기심에 기초해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저작을 남긴 지적 거인의 서거에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