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이재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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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공공병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국가다.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65.5%)에 비해 크게 낮다. 얼마 안 되는 공공병원조차 수익을 추구한다. 게다가 의료 이용의 컨트롤타워인 ‘동네 주치의’가 없다. 환자는 증상 또는 질병에 따라 의사를 찾는다. 이로 인해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빈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동네의원의 영세화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하다. 동네의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경우도 대형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높다.
우리는 검진을 받을 때 주치의 안내 없이 백화점에서 물건 구매하듯 받는다. 갑상샘(선)암 과잉 진단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민간 의료시장이 공공을 압도하면서 의료비 증가 속도 역시 OECD 내 최고 수준이다. 여러 지표가 ‘빨간 신호등’인데 보건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30년 동안 주요 선진국들은 노인 인구 및 만성질환자 증가에 대비해 일차의료(동네의원)의 역할을 강화해 왔다. 일차의료 의사에게 조정자(주치의) 역할을 부여하고, 공동 개원과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제 팀 진료를 장려해 왔다. 또 일차의료 의사는 지역사회에서 복지를 통합한 돌봄 체계를 구축해 왔다. 학부 학생들도 일차의료기관 실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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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비 증가 추이를 보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에 탄 느낌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시간문제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선 공공의료 확충과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이 많은 재원이 필요한 중장기 계획이라면, 일차의료 강화는 큰 재원 없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단기 계획이다. 일차의료를 강화하려면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표준 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에 나서야 한다.
표준 일차의료기관은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이 포괄적인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역사회 내 복지와 의료의 통합 돌봄이 이뤄지는 센터이기도 하다.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는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설치하고, 의대는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직접 갖추거나 위탁받아 운영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에 주치의를 두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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