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 뉴시스
미국 전역의 휴양지들이 연휴를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미국인들이 대거 여행길에 오르면서 공항과 도로들도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시작됐던 봉쇄령 등 일상의 제한은 물론 마스크 착용 규정까지 사실상 모두 풀린 이후 첫 연휴에 미국인들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이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27일 185만 명이 항공기를 이용했고 28일에는 196만 명을 기록함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TSA가 체크한 항공기 이용자 수가 하루 190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아직 해외여행객들이 많지 않다 보니 2019년 250만 명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여행자들의 움직임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TSA는 이에 대비해 6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연휴 기간에 50마일 이상 거리의 여행지로 이동하는 미국인의 수는 3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분석업체인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나흘 간의 연휴기간에 자동차 여행에 쓰는 기름값만 47억 달러(5조24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네트 맥기 AAA 대변인은 “업계에서는 이를 ‘복수 여행(revenge travel)’이라고 부른다”며 “(코로나19 기간에 쓰지 못한) 자금 여유와 유급휴가를 사용해 더 많은 여행,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여행을 위한 백신여권을 매우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여권 시스템이 구축되면 백신 접종자들의 해외 여행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국토안보부는 오후 늦게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쉽고 빠른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백신여권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 등 일부 주정부는 백신여권이 백신접종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류, 차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