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성명에 中 민감한 대만·남중국해·쿼드 명시 '중국' 표현 없어지만 美 대중 견제책 동참 해석 무게 "인권·대만 언급 피하면서 정교한 대중정책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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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해왔던 핵심 현안에 대한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대중 외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미·중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5G·6G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기술 협력은 물론 대만, 남중국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까지 거론하며 미국으로 외교추가 기울었다는 평가다.
향후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되 대만이나 인권 문제 등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한중 관계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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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에 적시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 유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강조”,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 인식” 등 내용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와 맥을 같이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미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이 표기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반적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간 중국이 대만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쿼드에 대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그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백신, 신기술 분야 쿼드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협력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5G·6G를 비롯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대목 역시 중국 견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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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과 달리 노골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5G와 6G 협력 등 핵심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견제 정책에 참여했다”며 “오픈랜은 사실상 화웨이를 견제하는 것으로 미·일이 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미중 간에 가장 첨예하고, 가시화된 협의체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역시 “일본과 비교해 톤은 약해졌지만 미국이 정교하게 짠 대중국 압박 플랫폼을 거부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아마도 미중 관계가 점점 격렬하게 악화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의식을 느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정부가 5G·6G, 반도체,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 논의에서 배제될 경우 자칫하면 일본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고민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동성명에 대만이 적시된 것을 놓고 중국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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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2018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대만과 쿼드 등을 담아내는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남·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협상 연속성은 물론 남북 대화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면서 또다시 코로나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일 정상회담 때와 달리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다만 환구망은 지난 22일 ‘내정 간섭! 한미공동성명 역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언급했다’는 기사를 통해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이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흥규 소장은 “한국의 추가적인 조치와 미국의 행동에 따라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향후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서로 간의 입장을 잘 이해시키고, 중장기적인 눈높이에서 전략적 이익을 논의하는 한중 관계 관리가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중국이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한국을 거칠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며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과 인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정교한 대중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