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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코로나 직격탄에 감원 대신 온라인 시장 공략해 위기 돌파

입력 | 2021-05-17 03:00:00

‘충무김밥 프랜차이즈’ 할매손




14일 부산 기장군 ㈜할매손 식품공장 직원들이 깍두기와 섞박지를 만들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정관읍의 ㈜할매손 식품공장. 흰색 위생복을 입고 고무장갑을 낀 직원 10여 명이 무가 가득 든 통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할매손충무김밥’ 식당 매장에 배달될 깍두기와 섞박지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섞박지는 절인 배추와 무를 넓적하게 썰고 젓국을 쳐서 버무린 무김치다. 정용수 할매손 대표(46)는 “매장에선 특히 섞박지 인기가 높은데 식초를 이용한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창업 때부터 ‘재료가 곧 맛’이라는 구호를 첫 번째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부산에서 설립된 할매손은 해운대 마린시티에 1호점을 연 뒤 음식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매장 수가 꾸준히 늘었다. 백화점 등 전국 17곳의 직영점과 50곳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경남 통영의 명물인 충무김밥은 밥과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싸는 김밥과 다르다. 김에는 맨밥만 싸고 섞박지, 오징어·어묵무침 등 반찬과 통영 시락국을 따로 내놓는다. 광복 이후 통영에서 고기잡이 선원의 부인들이 배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남편을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김밥은 더운 날씨에 상하기 쉬워 김으로 싼 밥과 젓갈, 섞박지 등 반찬을 따로 담아 준 데서 유래한다.

할매손충무김밥은 전남 고흥의 고품질 김과 농협 쌀, 부산어묵 등 신선한 재료를 엄선한 결과 충무김밥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멍게비빔밥, 꿀빵, 시락국밥 등 통영의 유명 먹거리를 매장에서 선보인 점도 주효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은 피하지 못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직전 연매출이 70억 원 정도였는데 절반으로 줄었다”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영점을 줄여야하는데 직원들 잘못도 아니어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잃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재(私財)를 처분해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김밥 브랜드 중 처음 문을 연 해운대구수목원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매장 판매에 치중했던 할매손은 위기 돌파 전략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충무김밥의 맛과 신선도를 매장 판매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여러 시험을 거쳤다.

또 인기 높은 섞박지를 특화해 판매할 목적으로 2월 기장군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기존 영도구 공장보다 3배 큰 약 1000m² 규모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쿠팡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또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김밥 업계 중 처음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맹점 설립 비용을 절반으로 낮췄다.

정 대표는 “고향 통영의 식당 음식이던 충무김밥을 들고 부산에 올 때 주변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신선한 재료, 좋은 맛, 착한 가격이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었다”며 “지금 겪는 어려움도 노력을 통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확신하며 그 결과로써 함께 고통 받는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에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