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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도 임기 못 채우고… 롯데 감독 ‘10년 흑역사’

입력 | 2021-05-12 03:00:00

서튼 2군 감독에 내년까지 지휘봉
“허 전감독, 구단과 방향성 안맞아” 단장과 불화설 속 꼴찌 처지자 경질
작년 서튼 감독 영입한 성민규 단장
평소 “큰형님” 부를 정도로 친분




래리 서튼 감독

프로야구 롯데가 허문회 감독(49)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리그(2군) 감독(51)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이로써 롯데는 2011년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대부분 사령탑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흑역사를 되풀이했다.

최하위 롯데는 11일 “구단과 (허 전)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됐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허 전 감독과 성민규 롯데 단장(39)의 갈등이 결국 결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전 감독은 구단 수뇌부에서 직접 영입했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성 단장과 허 전 감독 사이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성 단장이 서튼 감독 ‘추천’을 받아 왼손 투수 장원삼(38·은퇴)을 1군 무대에서 선발로 써보자고 제안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장원삼이 선발 등판한 5월 12일 경기에서 6-11로 패하자 허 전 감독은 “(선발 투수) 선택을 잘못한 사람과 그런 선수를 추천해준 사람 때문에 졌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허 전 감독은 사석에서 성 단장의 사생활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날 선 감정을 드러냈다.

허 전 감독이 부임 1년 7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69)을 떠나보낸 2010년 이후 11년 동안 감독 6명을 갈아 치우게 됐다. 이 기간 6명의 감독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진사퇴하거나 경질됐다. 다만 조원우 감독이 2년 계약을 마친 뒤 3년 재계약을 했으나 1년 만에 물러났다. 공필성 감독대행을 포함해 총 7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 기간 롯데는 672승 26무 719패로 승률 0.483에 머물렀다. 11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는 3번 진출하는 데 그쳤다.

롯데의 이번 조치로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3개 팀 사령탑에 외국인 감독이 앉게 됐다. 감독으로 한국 무대에 첫선을 보인 KIA 윌리엄스(56), 한화 수베로 감독(49)과 달리 서튼 감독은 2005년 현대에서 홈런왕(35개)에 오른 외국인 선수 출신이다. 이후에도 두 시즌 더 한국에서 뛰면서 통산 타율 0.280, 56홈런, 173타점을 남겼다.

한국에서 활약할 때 통역도 모르게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 ‘친절한 서튼 씨’라는 별명을 얻었던 서튼 감독은 KIA에서 뛰던 2007년 미국 네브래스카대를 졸업한 신인 선수와 친분을 쌓게 된다. 그가 바로 성 단장이다. 은퇴 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산하 싱글A 팀 윌밍턴에서 타격 코치를 맡고 있던 서튼 감독은 자신을 ‘큰형님’이라고 부르는 성 단장의 부름을 받고 롯데로 건너왔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그동안 2군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서튼 감독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