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나들목-승강기에 집중… 공원 안쪽 비추는 건 163대 그쳐 의대생 부친 “현장 영상 전혀 없어”… 경찰, 실종당시 행적 파악 애먹어 5년전 여대생 사망때도 수사 난항… 전문가 “심야 치안 공백 우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나들목 안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 씨(22)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3일 오전 동아일보와 만나 안타까움을 곱씹었다. 실종 당일부터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CCTV를 찾아다녔다. 너무 거리가 멀어 사람이 개미만 한 크기로 찍힌 잠수교 CCTV까지 들여다봤다.
하지만 결국 손정민 씨가 잡힌 영상은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경 친구 A 씨와 함께 공원 나들목(출입구)을 지나가는 모습과 한 편의점 내부에서 찍힌 게 다였다. 손현 씨는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은 하나도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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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3일 오후 반포한강공원을 찾았더니 평일에도 수백 명이 여러 곳에 흩어져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나들목에 설치된 것 외에는 CCTV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원에서 만난 박모 씨(24)도 “늦은 밤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CCTV가 없으니 불안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공원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6년 한 20대 여대생이 실종 8일 만에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경찰은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이 없어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한강사업본부도 CCTV가 부족하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본부의 ‘2020년 세입·세출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는 “기존 CCTV가 428개(2019년 기준)임을 고려할 때 500개 추가 설치가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후 증설된 CCTV는 34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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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강공원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심야에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 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강 둔치는 기본적으로 실족 위험이 높을뿐더러 야밤에 방문객이 줄면 자연감시(주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감시)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CCTV마저 없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도, 사후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오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