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1등급 훈장받은 김광호 교수 “부산에서 36년간 첨단소재 연구 비수도권서도 세계적 도전 가능”
21일 과학기술 부문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을 받은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석학교수는 “연구자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고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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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수상이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미래 과학도들에게 도전의식과 희망을 심어주는 작은 힘이 됐으면 합니다.”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석학교수는 제54회 ‘과학의 날’인 이달 21일 첨단소재 분야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받았다. 정부로부터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을 받은 학자 51명 가운데 수도권 및 대전 지역 연구자가 아닌 사람은 김 교수가 두 번째다. 이전까진 2005년 수상한 조무제 전 경상대 총장이 유일했다.
2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효원산학협동관에서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지역의 연구 환경을 조금만 개선해도 남을 수 있는 학생들이 서울로 떠나버리는 일이 많다”며 “과학도들이 지역에서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사회가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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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시 소재 연구 분야에서 유망하다고 꼽히던 반도체 박막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구할 수 없어 친척뻘 학문인 세라믹 박막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증착 장비를 학생들과 처음부터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연구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온 그는 2001년 국가지정연구실(NRL), 2006년 국가핵심연구센터(NCRC) 등 대형 과제를 잇따라 따내며 부산을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지로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정부가 미래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갖겠다며 추진하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까지 유치했다. 국내 대학에서 세 사업을 모두 따낸 연구자는 김 교수가 유일하다.
연구 성과가 인정을 받으면서 수도권 대학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김 교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연구를 이어나간 것이 오늘날 꾸준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산 인근의 동남권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인들과의 교류도 많은 도움이 됐다. 김 교수는 “실리적인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가까운 곳에서 뿌리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기회를 얻는 것은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금도 기업 교류와 기술이전을 주요한 활동으로 삼고 있다.
김 교수는 21일 훈장을 수상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가장 정직한 투자”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 과학기술에 투자가 늘면 그만큼 지역에 더 많은 활력과 창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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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