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하루 전 첫 의회연설
左 해리스-右 펠로시… 美 사상 첫 ‘의장석 두 여성’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그의 뒤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성 2명이 대통령 뒤에 자리를 잡고 연설을 들은 것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첫머리에 “마담 스피커(하원의장),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라고 두 사람을 부르며 “이 연단에서 이런 호칭을 한꺼번에 쓴 대통령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를 하루 앞둔 28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의 재건과 부활을 역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침체, 사회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희망적이고 역동적인 단어를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하면서 민심을 얻으려고 했다.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내용의 이날 바이든 대통령 연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루스벨트의 국가 재건 모토였던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한다(We do our part)’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미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의회 연설을 한 것도 당시 임기 100일을 목표로 국정 안정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던 루스벨트와 많이 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고 로드중
그는 이날 연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과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는 전례가 없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면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 뒤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란히 함께 앉은 것이다. 의회 연단에 선 대통령 뒤에 여성 2명이 나란히 앉아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것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첫머리에 “마담 스피커(하원의장),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라고 부르면서 “이 연단에서 이런 호칭들을 한꺼번에 쓴 대통령은 내가 처음이다. 이제 그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의회 내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열린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 뒤에 자리를 잡은 두 여성 리더가 연설 도중 기립박수를 유도하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해리스 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팔꿈치 인사’를 하면서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매코널 대표가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의 이름을 따서 암 연구 관련 법안의 이름을 짓도록 해준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내게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원래 연설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광고 로드중
CNN이 의뢰해 SSRS가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에 미국 국민의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첫 의회 연설에서 57%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