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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혁신 기업가인가 암호화폐 투기꾼인가?

입력 | 2021-04-29 11:54:00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장단에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춤추고 있다. 한마디로 암호화폐 시장이 머스크에 놀아나고 있는 것.

그는 올 들어 암호화폐 관련 트윗을 남발하며 암호화폐 시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그는 자신이 “도지코인의 아버지”라는 트윗을 날려 꺼져가던 도지코인 열풍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파더 SNL 5월 8일’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자신이 5월 8일 NBC 방송 인기 코미니쇼 SNL의 호스트로 출연한다는 내용을 홍보하면서 본인을 ‘도지파더’(The Dogefather)라고 언급한 것.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언급한 것만으로 도지코인은 이날 20% 정도 폭등했다. 도지코인은 최근 들어 급락하며 거품이 꺼지는 듯했다. 그런 도지코인에 머스크가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황에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머스크는 연초 비트코인 15억 달러를 매집함으로써 비트코인 랠리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2월 8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8510달러였다. 이후 비트코인은 랠리를 거듭해 지난 14일 6만500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단기간에 비트코인이 10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일부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이날 사상최고의 실적을 발표하며 보유 중인 총 15억 달러의 비트코인 중 2억7200만 달러를 팔아 1억100만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머스크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트윗이 넘쳐나고 있다.

이같은 소식에도 이날 비트코인은 하락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전량을 매각했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겠지만 일부만 매각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머스크는 비트코인 15억 달러를 매집해 비트코인 가격을 올려놓고는 일부를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비난이 폭주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 개인 소유의 비트코인은 단 하나도 팔지 않았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량의 10%를 팔아 대차대조표에 현금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암호화폐 유동성을 입증했다”고 해명했다.

참으로 군색한 변명이다. 누리꾼들은 솔직히 차익을 실현했다고 인정하라는 트윗을 날리며 머스크에 반발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 세계 최초로 전기차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혁신기업가의 대명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거품이 많다.

지난 26일 실적발표만 봐도 테슬라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었는지 알 수 있다. 테슬라는 이날 순익이 4억3800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테슬라가 올린 순익 대부분이 탄소배출권 판매와 비트코인 투자에서 나온 것이다. 테슬라는 1분기에 탄소배출권 판매로 5억18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고, 비트코인 판매로 1억100만 달러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순익이 4억3800만 달러이니, 탄소배출권 판매와 비트코인 수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팔아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권을 팔고, 비트코인 투기로 순익을 올렸다. 테슬라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것이다.

현재 혁신기업가의 대명사가 머스크라면 과거 혁신 기업의 대명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다. 최근 백신 전도사로 변신한 게이츠는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인 지난해 화이자 백신이 가장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그의 예언대로 화이자 백신이 가장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게이츠는 중요한 순간마다 한마디씩 하며 전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따라서 그의 한마디는 천만금의 무게가 실려 있다.

이에 비해 머스크의 한마디는 무게가 없다. 돈 냄새만 진동할 뿐이다. 특히 최근 머스크의 행보는 혁신기업가가 아니라 암호화폐 투기꾼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