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한경硏, 접종률-성장률 관계 분석
[단독]“백신접종자 많아질수록 경제성장률 높아져”
백신 접종자 수가 많아질수록 국가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과 경제 회복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백신 접종률이 공개된 31개국을 대상으로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전망) 상승치와 백신 접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1%포인트씩 올라가면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0.021%포인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민간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활동 제약으로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가 약 4%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펜트업 소비(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에는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보급이 주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접종률 2위’ 영국의 자존심… 마스크 안쓰고 축구 응원 25일(현지 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토트넘의 잉글랜드리그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축구팬 8000여 명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축구장 개방은 높은 백신 접종률에 자신감을 얻은 영국 정부의 일상 복귀 연구의 일환이다. 런던=신화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백신접종률과 경제성장률 상승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둘 다 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접종률과 경제 회복세가 밀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접종률이 3.2% 수준인 한국은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의 터널을 더디게 통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는데 한국은 아직도 ‘백신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며 “반도체, 정보기술(IT)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회복을 위해선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연 팀장은 “연구 결과 백신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더딘 한국을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벗어나는 데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등 백신접종률이 높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경기 반등을 점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접종률 61.9%로 1위이며 영국(48.7%) 칠레(40.7%) 미국(39.6%) 헝가리(34.3%) 순이다. IMF가 4월 발표한 이들 국가의 지난해 대비 올해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이스라엘(7.5%포인트) 영국(15.2%포인트) 칠레(12%포인트) 미국(9.9%포인트) 등으로 한국(4.6%포인트)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높다.
접종률 2위 영국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세계 첫 국가다. 이달 12일부터 식당 술집 야외석이 개방되는 등 봉쇄 조치가 순차적으로 해제되고 있다.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청신호가 하나씩 켜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 회복세도 뚜렷하다. 경기 회복과 기업 활성화의 지표가 되는 영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52.9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60.7까지 상승했다. PMI 수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올여름부터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시사해 관광산업의 재개를 예고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강도 높은 방역만으로는 경제 회복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해 기업들까지 피로도가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 조종엽 기자 / 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