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계좌로 시세조종 나설 여지… 거래 안했는데 돈 빠져나가기도 리딩방선 특정 코인 찍어 투자 유혹… 금융상품 포함 안돼 구제 힘들어 與 “피해 확산 우려… 특단 대책” 청년들은 “사다리 걷어차나” 반발
그래픽 김충민 기자
C 씨는 최근 화장품을 사면서 ‘○○코인’을 받았다. 회사 측은 “현금으로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사면 일정 비율만큼 코인을 준다.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인데 상장하면 대박 날 것”이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구입한 화장품은 시중 판매가보다 비쌌고 코인은 상장 기약도 없어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다.
3년 만에 불어닥친 ‘코인 광풍’에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노리는 ‘꾼’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시장 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자 여당도 뒤늦게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 석 달 새 미확인 계좌 12만 개 생겨
가상화폐 시세 조종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한 유명 BJ가 올 2월 아프리카TV에서 가상화폐에 수억 원을 투자했다고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해당 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얼마든지 시세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주식 리딩방’처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 코인의 매매를 부추기는 ‘코인 리딩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이날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최한철 민생사법경찰단 수사1반장은 “가상화폐는 피해를 입더라도 사법기관을 통해 구제받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10개 부처 합동으로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투자자 보호나 피해 보상을 위한 장치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 여당 뒤늦게 “고강도 대책 세울 것”
하지만 당장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불법 거래를 처벌하거나 가상화폐를 규제하려면 가상화폐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금융투자 상품에 포함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미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증시 상장을 허용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3년 전과 비슷하다. 투자자 보호 대책을 세우고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