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펴낸 유현준 교수 LH사태 예견 ‘유 도사’ 별명 “정부 주도 개발, 부패 일으켜… 코로나 후 집에 대한 생각 바뀌어 마당 같은 발코니 인기 끌 것”
20일 동아일보와 만난 유 교수는 “내가 한 말은 예언 축에도 안 든다. 신도시 난개발을 반대하며 LH를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우리나라엔 생태계가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신도시 개발한다고 공약을 내걸면 LH 직원들이 정책을 짜주면서 (정치적) 라인이 생겨요. 과거부터 LH는 정치권의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죠.”
유 교수는 25일 발간하는 책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에서 정부 주도로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 LH 사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주택 문제를 정부가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건 일종의 ‘홍길동 콤플렉스’다”라며 “정의로운 정부가 직접 돈을 거둬 집을 지어주는 방식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이런 개발 방식은 권력과 정보의 집중을 낳아 부패 문제를 일으키기 쉬워서다. 그는 “이제 LH의 업무를 최소한으로 축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그린벨트를 풀어 신도시를 만드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다. “서울의 뒷골목을 뒤져 보면 낙후된 다세대주택들이 많아요. 큰 단위로 개발할 필요도 없고, 중소 규모로 재개발, 재건축을 하면 됩니다. 여러 건설사가 중소 단지들을 지으면 다양한 종류의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선 “지방정부의 힘이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지방에 만든 혁신도시들은 거의 똑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확보돼야 각 도시가 시민들이 선호하는 건축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