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저뉴이티가 날자 나사 직원들은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맞았다”며 환호했다. 비행시간은 39.1초. 118년 전 라이트 형제는 12초간 날았다. 나사는 헬기가 이착륙한 지표면에 ‘라이트 형제 필드’라는 이름도 붙였다. 2월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의 배 밑에 붙어온 이 초소형 헬기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의 대기 밀도를 극복해야 했다. 탄소섬유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분당 2500번 회전하면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독창성과 인내가 이룬 쾌거였다.
▷이번 비행은 화성 공중탐사 시대를 연 동시에 실추됐던 나사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과거 우주왕복선 비행을 극비로 진행하면서 걸핏하면 로켓이 추락해 외면받던 나사를 앞서 살려냈던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1972년 아폴로17 이후 중단된 나사의 유인 달 착륙을 2017년 승인하면서 우주개발을 국가안보 의제로 삼은 것이다. 2019년 나사는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가기 위한 달 탐사 프로젝트의 명칭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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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도 우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어 민간 주도가 대세인 우주산업은 2040년 600조 원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지구와 화성이 26개월마다 가깝게 접근하는 30일 정도를 화성 여행의 적기로 보면서 2050년까지 100만 명이 사는 도시를 화성에 만들겠다고 한다. 실현 가능한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상상한 뒤 실현 방법을 찾는 머스크와 경쟁하려면 우리 기업도 국가도 갈 길이 바쁘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