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보낼 때만 4명이라 하면 돼…SNS 안 올리고 현금결제 하면 OK” 업주가 ‘걸릴 일 없다’며 예약 유도 주말 각지에 몰린 봄철 나들이객, ‘1m 거리두기’도 제대로 안 지켜 확산세 지속에도 방역의식 느슨해져
‘다닥다닥’ 김포공항 17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에 봄을 맞아 제주도 등으로 떠나려는 나들이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며 2m 이상 거리를 두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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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약은 4명으로 해놓고, 당일 2∼3명 더 이용하는 건 상관없어요.”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18일 오후 2시경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명 이상도 예약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 숙박시설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오히려 A 씨는 “문자메시지로 숙박인원을 확인할 때에만 저희 쪽에 ‘4명’이라고 답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모르는 일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숙박시설은 전화로 예약을 문의하자 “직계가족이 아니더라도 6명 이상 한 방을 잡아주겠다”며 대놓고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 “절대 안 걸린다”…고삐 풀린 방역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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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도 인파 ‘북적’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 튤립길이 활짝 핀 꽃을 보러 온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숲 측은 튤립길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관람객이 일방통행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부 숙박시설에서는 업주가 먼저 여행객에게 “절대 걸릴 일 없다”며 단체 예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 6명과 가평의 한 펜션을 빌려 여행을 다녀온 박모 씨(20)는 “오히려 펜션 사장이 먼저 ‘SNS에 후기만 안 올리면 된다. 현금 결제하면 걸릴 일 없다’고 예약을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펜션 내부엔 방문한 이들의 연락처를 적어두는 출입명부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해당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주에게는 최대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예약 인원을 속이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가 뒤늦게 확진자가 나올 경우 역학조사 등 감염경로 파악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m 거리두기 안 지키고 줄 서
제주 여행객 등 나들이 인파가 몰린 공항은 주말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17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 입구 두 곳을 합쳐 200명 넘는 인파가 다닥다닥 붙은 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두라는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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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봄철 나들이 특별방역대책’을 세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국 주요 자연공원과 휴양림, 수목원, 놀이공원 등 집중점검에 나섰다. 중대본은 “봄철 나들이 여행은 가까운 곳으로, 단체여행보단 가족끼리 소규모로 가급적 당일 개인 차량을 이용해 다녀오는 걸 권장한다”고 밝혔다.
유채연 ycy@donga.com·이기욱·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