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TV프로그램의 남녀 진행자가 방송 도중 눈을 가로로 찢는 등 동양인 비하 행위를 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13일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에서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 라 노티치아’에서 남녀 게리 스코티(65)와 미셸 훈지커(44)는 동양인이 잘 하지 못하는 발음을 흉내내며 두 눈을 가로로 찢고 웃었다.
스코티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을 소개하던 중 양손으로 눈을 찢으며 ‘RAI’를 ‘LAI’로 연달아 발음하며 웃었다. 훈지커 또한 눈을 찢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냈다. 동양인이 알파벳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담긴 전형적인 비하 행위였다. 이 방송은 약 47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내부를 고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에 이 장면이 등장한 후 둘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탈리아인으로서 부끄럽다’ ‘방송에서 정식 사과하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소셜미디어에도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는 해시태그가 널리 퍼지고 있다. 배우 겸 모델인 훈지커, 과거 하원의원을 지낸 스코티는 모두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적극 옹호해왔던 터라 둘의 행태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