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지음/332쪽·1만4000원·민음사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해 쓴 10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감정이다. “적어도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날들이 모두 날씨와 연관돼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감정은 기후와 연관이 있기 때문. 날씨가 좋을 때 사람들은 기쁨을 느낀다. 습한 날엔 기분이 나빠질 확률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그 감정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하이 피버 프로젝트’에는 돔시티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사람들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뜨겁고 건조해진 시대에 고안된 ‘기후 안전 도시’다. 돔시티 안에선 쾌적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돔시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돔시티 밖으로 쫓겨난 추방자들은 분노를 느낀다. 돔시티를 전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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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을 때면 인간의 종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에서 사는 소설 속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니 어느새 오싹한 기분이 든다. 종이컵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