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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징역-벌금-손해배상-행정처분 ‘4중 처벌’

입력 | 2021-04-07 03:00:00

[제3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濠, 중과실 사망 사고때만 처벌
英, 대표이사 등 개인엔 적용 안해
형사처벌, 재해 예방효과도 논란



‘제3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보완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경영연구실 연구위원.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재해 시 한국 기업에 적용되는 처벌 수위가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범위가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넓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안전한 건설환경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태는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다.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 개별법을 만든 첫 사례다. 이 법은 기업의 중대한 과실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만 적용된다.

호주는 개별 주(州)의 형법과 산업안전법으로 기업과실치사죄를 처벌하고 있다. 이 역시 기업의 심각한 부주의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반면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뿐 아니라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1년간 질병에 걸린 사람이 3명 이상 생겨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외국과 달리 기업 과실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법 적용이 가능하다. 사소한 과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셈이다.

처벌 대상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말 그대로 ‘기업’만 처벌한다. 벌금은 최고 2000만 파운드(약 312억 원)로 기업 규모와 과실 경중에 따라 벌금액이 달라진다.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등 개인은 처벌하지 않는다.

호주는 개인과 기업을 모두 처벌한다. 개인에 대해선 징역형과 벌금형이 가능하다. 징역형은 최고 2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주마다 다르다. 다만 징역의 하한선은 없다.

이와 달리 국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개인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기업도 5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5배 이내를 배상하고,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4중 처벌’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흉악범죄에 적용되는 징역 하한선을 둔 건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다. 징역 1년 이상의 처벌 규정은 청부살인, 특수절도 등 고의성이 짙은 범죄에만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과실치사죄(2년 이하 금고나 700만 원 이하 벌금)와 비교해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위가 과도한 편이다.

포럼에 참석한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는 점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며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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